동인천엔 타임머신이 있다(1) 80년대 맛 잉글랜드 경양식 돈까스


얼마 전 이웃 블로거 류난님과 함께 동인천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이 날의 목표 중 하나는 동인천역에 위치한 <잉글랜드 왕돈까스>라는 가게였는데요,
80~90년대 초까지 특별한 날 외식이었던 경양식 돈까스를 원형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위치는... 네이버 지도를 참고하시면 될 듯 하고
동인천역에서 걸어서 3~4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다만, 골목 사이에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는 편이네요

참고로 이 골목... 90년대 중반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좋게 말하면 추억이 서린,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낙후된 골목이에요
실제로 많은 가게들이 폐업하고, 건물들도 공실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체 이 간판들은 몇 년이나 된 걸까요?
이런 간판을 보면 가게에 대한 신뢰도가 팍팍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저만 그런가요 ㅋㅋ\



가게 입구입니다.
경양식집이면 이 정도 오오라는 풍겨 줘야죠.
90년대 중후반 들어 생긴 왕돈까스 집들은 이런 위엄이 없어요



참고로 이 곳은 '응팔'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안 봐서 잘은 모르는데, 이 곳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방송됐다고 하더군요
말인즉슨, 이 안쪽은 8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



11시 15분쯤 도착해, 약간 기다리니 30분부터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원하는 곳에 앉아도 된다길래, 가장 좋은 좌석을 찾아 살짝 홀을 살펴보는데......



아니 이것은!!!
한쪽엔 낮은 벽, 양쪽에는 푹신푹신한 소파형 의자!
이런 좌석이야말로 경양식의 진리지!!!

그야말로 아무 망설임 없이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응답하라 1988이 촬영된 장소를 발견했지만, 이미 식사를 마친 후라 착석은 실패;;;



가게 내부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경양식 식당 그 자체입니다.
낮이라 그런건지 전등을 좋은 걸 써서 그런지 조명이 살짝 밝은게 옥의 티.
경양식집 조명은 살짝 어두워야 제맛 아닌가요!?



앉아 있으니 메뉴판이 나왔습니다
왠지 호프집 메뉴판 같은 느낌적인 느낌



메뉴입니다
아쉽게도 메뉴판은 만든지 얼마 안 되는 느낌이군요
하긴, 가격 변동될 때마다 새로 만들어야 하니......

메뉴는 크게 다섯 가지. 돈까스와 생선까스가 양과 구성에 따라 달라지고, 치즈 돈까스가 하나 있네요.
일단 첫 방문이니 기본 메뉴인 잉글랜드 돈까스를 시켜 보겠습니다. 가격은 9500원.
참고로 샐러드와 스프, 밑반찬과 음료 등은 셀프로 이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과거 경양식 스타일은 아니네요.
아마도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스타일을 바꾼 거겠죠?



셀프 코너에서 이것저것 떠 왔습니다.
케요네즈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
단무지와 김치
그리고 완두콩이 들어간 스-프에 후추 팍!!!

일단 개인적으론 스프나 샐러드 맘껏 먹을 수 있어 좋긴 하네요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돈까스가 나왔습니다!!!
밥과 빵을 고를 수 있는데, 일단 두 명이서 밥과 빵을 하나씩 시켰네요



돈까스 구성입니다.
역시 경양식 돈까스 하면 가니쉬가 두세 개는 있어야죠.
삶은 당근과 오이 슬라이스 절임, 마카로니 샐러드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사실 제 기준에서의 경양식 플레이팅 기준 점수를 매기자면 70점.
돈까스 크기가 9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한 왕돈까스 스타일이고, 가니쉬에 들인 정성이 조금 부족하네요.
다만, 접시 위에 샐러드나 밥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슬아슬 경양식 스타일은 지키고 있다고 봅니다.



경양식집 밥은 역시 접시에 넓게 펴서 줘야죠!!!
맛은 그냥 뭐 밥 맛입니다



빵은 시판 모닝롤이긴 하지만, 기름(버터? 마가린?)을 살짝 발라 오븐에 데워 냈네요.
옆에는 시럽형 딸기잼이 세트로 나옵니다.
최근에는 이런 빵을 이용해 돈까스 버거를 해 먹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옛날식으로 하자면 빵은 잼에 찍어 먹어야;;;;



대망의 돈까스 시식!!!
사실 플레이팅이나 샐러드바 같은 부분에서는 살짝 현대화된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이 소스만큼은 정말로 80년대 후반의 그 맛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는 점이 바로 느껴졌습니다.

90년대 들어 대세가 된 새콤한 맛이 전혀 없고,
농후하면서도 진한 맛의 소스가 돈까스를 감싸며 입안으로 흐르는 느낌.
분식이나 간식으로서의 돈까스가 아니고, 그야말로 양식료-리를 먹는 듯한 묵직함.
그야말로 옛날 경양식의 맛 그대로입니다!!

돈까스를 맛 본 순간 이 집의 경양식 점수는 70점에서 95점으로 급상승!!!
역시 식당은 맛으로 승부해야죠!?



그렇게 식탁 위 그 무엇도 남기지 않고 완식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완비돼 있더군요;;;
아이스크림을 못 먹은 것이 한이 되므로, 조만간 한 번 더 가야겠습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중반을 지내며 경양식 돈까스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에게는 강력 추천하는 곳.
9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현대식 왕돈까스와 새콤 소스 열풍으로 흐려진 옛날 맛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아아... 또 가고 싶다!

by 종화 | 2019/05/17 23:43 | 맛집을 찾아서 | 트랙백 | 덧글(1)

말도 안 되는 양이다!!! 치킨에 패배한 <동네아저씨 치킨>

얼마 전, 인터넷에서 희한한 가게를 봤습니다.
치킨과 각종 튀김을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아 주는....
뭔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집이었어요

가게 이름은 <동네아저씨 치킨>
서울대입구 쪽에 본점이 있는데, 마침 회사 근처인 신촌에도 지점이 있더군요.
그래서 어느 날, 회사 팀원들 몇 명을 이끌고 함께 가 봤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냐!!!
덤벼라, 치킨!!!



가게 내부는 얼핏 보면 치킨집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본점도 꽤나 허름한 분위기라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네요.
포차에서나 볼 법한 드럼통 테이블에 플라스틱 의자가 전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무지 좋아하는 분위기에요ㅋㅋㅋ



앉아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메뉴판을 가져다 주십니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가게 이름을 줄인 <동아치> 입니다.
치킨과 새우튀김, 치즈스틱, 고구마스틱, 게살튀김, 만두, 감자튀김, 해시바이트가 총집결한 메뉴죠.
일단 소짜가 4인용이라는 것에서 좀 놀랍고... 대짜는 2000원 추가로 5인분이 됩니다.
물론 그 외에도 2~3인용 메뉴도 있긴 하네요.

오른쪽 위엘 보면 초콜릿 치킨이라는 게 있는데......
시도해 보고 싶은 맛입니다.
참고로 이웃 블로거 R모님에게 이 가게를 소개시켜 줬더니 친구들과 함께 가서 저걸 도전했더군요.
아마 조만간 초콜릿 치킨 도전기 포스팅이 류토피아에 올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희가 시킨 건 동아치 소짜!
네 명이 갔는데, 왠지 대짜 시키기엔 겁이 났거든요ㅋㅋ



벽에는 왠지 모를 신제품 메뉴가 붙어 있습니다만...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일단 카라멜치킨이라는 게 아까 초콜릿치킨 만큼이나 불안하구요......
그 밑에 천사의 눈물은 코코넛 치킨+찹쌀떡(!?!?)+감튀 라는 요상망측한 구성...

그리고 이 중 최고는 오른쪽 <악마의 메뉴>입니다.
무려 초코치킨+카라멜치킨+천사의 눈물(코코넛+찹쌀떡+감튀)라는 구성입니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이 메뉴 사진을 보니 위에다가 휘핑크림까지 듬뿍 얹어 주더군요......
천사가 악마를 사랑할 때 먹는 메뉴라는데, 자살용 메뉴인가 봅니다.

아무튼, 저런 꽤 엽기적인 치킨 메뉴들도 꽤나 종종 팔리는 듯 합니다.
두 번째 왔을 때, 옆 테이블 학생들이 초콜릿 치킨 시켜먹는 걸 봤거든요ㅋㅋㅋㅋ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신촌이라 실험적인 메뉴들이 벌칙용(?)으로 꽤 있는가 봅니다
언젠가 저것도 한번 먹어보고 싶군요



그렇게 약 15분쯤 기다리자 동아치 소짜가 나왔습니다.
워.... 이거... 소짜 맞나요??



크기 가늠을 위해 접시를 들어 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접시 하나에 치킨과 각종 튀김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어요;;;;;
인터넷으로 정보를 먼저 접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ㅋㅋㅋㅋ



높이는 이 정도입니다.
맨 아래쪽엔 치킨 3종류(양념, 후라이드, 간장)가 깔려 있는데
간장치킨의 경우 다른 양념으로 교체 가능한 듯 합니다.



자 그럼 부지런히 먹어 볼까요...??
새우튀김과 치즈스틱 등 알짜배기 위주로 먹다 보면......



조금씩 먹다 보면....



점점 줄어 가는데... 슬슬 배가 부르기 시작하고...



이쯤되면 마지막 스퍼트...



완식 했습니다!!!
남자 셋, 여자 하나가 달려들어 약 20분쯤 치킨에만 집중하니 다 먹어지더군요.
다들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였는데, 딱 배부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더 먹으라면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하하하... 소짜 별거 아니네요???


여기서 저희는 이상한 자신감을 얻고 말았습니다.
소짜 까짓거 4명이서 쉽게 해치웠으니, 조금 힘내면 더 많이 먹을 수 있겠지???





그래서 며칠 후, 이번에는 여섯 명이서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여섯 명이니, 대짜를 두 개 시켜서 원 없이 먹어보자는 생각에 대짜 두 개를 주문!!!
주인아저씨가 주문 받으면서 "그거 좀 많이 많을텐데..."라고 말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죠
(이것이 실책이었다)



그렇게 약 40여분을 치킨과 사투를 벌였고....
이쯤 되니 모두다 식도까지 치킨이랑 튀김이 가득 차버렸습니다.
하지만... 완식까진 아직 멀었다구!!!



결국 가위 바위 보 등을 통해 진 사람/소수파가 치킨과 튀김을 한 조각씩 처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사진에 살짝 나온 친구의 입만 봐도 뭔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겠죠
그야말로... 푸드 파이터가 된 느낌!?



결국 이쯤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감자튀김은 약간 남기긴 했지만, 치킨이라도 다 먹은 데서 위안을 삼기로 하고 말이죠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여섯명이서 대짜 두개는 정말정말 무리였습니다.
제가 폭식대마왕이던 전성기 시절이라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혹은 양 조금 많은 사람들)은 도저히 안 돼요.
되도록이면 인원 수에 맞는 메뉴를 시키고,
많이 먹고 싶다면 인원수에 비례해서 30% 정도 추가하면 될 듯 합니다.
4명이서 5인세트, 6명이면 8인세트 정도면 될 듯......



일단 이 집은 양으로 승부하는 곳이긴 한데, 의외로 치킨 자체의 맛도 굉장히 뛰어난 편입니다.
맛이 없다면 많이 먹기 힘들텐데, 기본적으로 튀김 실력도 좋거니와 치킨맛도 좋아요
가격 역시 1차의 경우 동아치 치킨 소짜+음료와 술 해서 4만원이 채 안 나왔고
2차에서도 여섯 명이서 목구멍까지 밀려오도록 먹었지만 10만원이 안 나왔던...

결론: 신촌에서 뭔가 저렴하고 맛있게 배터지게 먹고 싶다면 단연 여길 추천합니다
조만간 또 갈거에요!

by 종화 | 2019/05/05 22:28 | 맛집을 찾아서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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