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리뷰] 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세종










세종대왕


사실상 우리 나라 위인중 가장 존경받는, 가장 위대한,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시절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순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위인이었으며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씨도 세종대왕이 없었다면 한자로 일일히 쓰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는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이며, 그 이유는 한글의 우수함 덕분이다.
실제로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국가에 전해주는 글자가 한글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은 존경받아야 할 인물임에 분명하고, 실제로 존경받고 있다.

세종대왕의 형들이 세종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훈훈한 이야기들은 유명하고
밤중에 집현전에서 밤을 새워 공부하던 학자에게 옷을 덮어준 이야기도 유명하다
장영실, 황희, 박연, 신숙주 등 여러 인재들을 키워내고
한글 뿐 아니라 과학, 정치, 군사, 학문 등 여러 분야에서의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는 얘기도 더이상 새롭지 않다

그리고 렛츠리뷰를 신청하면서 알았지만 <대왕세종> 이라는 드라마도 방영중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종대왕의 여러 업적들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상상하는 세종대왕의 이미지가 100% 진실일 것인가?
위인전에 나오는 한없이 인자하고 한없이 능력있는 세종대왕의 이미지는 과연 진실인가?
그 의문점에 대해서 이 책은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 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제목을 잘못 지은것 같다는 생각을 책 읽는 내내 계속 떠올렸다.
제목만 봐서는 여러 인재들을 조화롭게 아울러서 조선의 황금기를 여는 세종대왕의 리더쉽에 대해 서술할 것 같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그러한 면에 있어서 많이 소홀한 면이 사실이다.
물론,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실들에 대해 깊이, 폭넓게 서술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제목은 글 전체를 포괄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을때, 이 제목은 적절치 못한 듯 하다.



드라마에 맞춘 것인지, 아니면 책 자체가 드라마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 책의 내용은 세종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종이라는 인물을 유추하는 내용이므로 제목에 대해서는 왠지 낚인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뒷면의 머릿말 일부.
여기서 살짝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세종의 대부분의 업적들이 병마와 싸우며 일구어냈다는 것.
내가 알기로 조선 왕 중에 가장 부인을 많이 거느리고 산 것도 세종이라고 들었다. (사실인가?)
사실, 조선시대 왕들은 과도한 보호(?)로 인해서 오히려 병에 더 많이 걸렸다고 한다.
매일같이 몇종류씩 먹는 보약,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기름진 음식 등이 겹쳐져서 대부분 조선의 왕들의 수명은 짧았다.
세종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40이 되며 눈앞의 사람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시력 저하로.

이 책은 그러한 역경 속에서 한글을 창제하고 4군 6진을 설치한 세종에 대한 찬사로 시작한다.









이 책은 7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주제를 보며 느낀 점이지만, 일단 3장까지 (책의 반이다)는 세종은 거의 들러리 수준이다.
세종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을뿐더러 대부분이 태조와 태종, 그리고 나머지 왕자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목만 보고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세종대왕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생애에서 그의 성장 배경을 유추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장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후 태종 이방원이 왕위를 차지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서술한다.
흔히 알다시피 이방원의 거친 성격으로 인한 쿠테타라는 단순한 이해가 아닌, 그 과정과 거기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왕자들 간의 온갖 모략에 대해 세세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이 장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마치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역사적인 내용을 다룬다기보다는 인물들의 다양한 전략과 흥망성쇠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실제로 실록이나 고서의 기록은 많지 않으며 한 편의 소설을, 또는 드라마를 그려내듯 이방원과 다른 왕자들, 이성계의 치열한 혈투에 대해 묘사하게 되고, 내가 알고 있는 이방원이라는 인물에게 살을 붙여주는듯한 느낌이다.








2장에서는 태종 이방원이 왕좌에 오르고 난 뒤 양녕대군에서 세종 충녕대군으로 세자가 옮겨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흔히 우리가 읽어온 위인전에서는 태종이 충녕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양녕대군이 일부러 미친 척 해서 쫒겨나게 된다는 내용인데 어렸을땐 그러려니 했지만 깊이 생각해볼수록 그렇게 왕위라는걸 쉽게 이동하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의하면 양녕대군과 세종 충녕의 뒤에는 치열한 세력다툼전이 있었고, 양녕대군의 자유로운 성격은 양녕을 살짝 태종의 눈밖에 나게 한다. 이 틈을 타서 유정현 등 충녕대군 추종세력들이 택현론을 밀어붙이게 되고, 결국 조선 절세의 미인 어리와 사랑에 빠져서 그 사실을 알고 그를 저지하던 태종에게 거세게 반발하는 등 (어리는 유부녀였다) 계속해서 망신살을 뻗치게 만든 양녕과, 이렇다 할 세력이 없던 효녕을 제치고 충녕이 세자위를 넘겨받게 된다.
이러한 왕자들의 세력다툼은 실록에도 노골적이진 않지만 어느 정도 표현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던 총명한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하는 세자의 모습은 약간 미화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3장에서는 세종이 왕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에 대한 내용보다는 태종의 말년에 관한 내용이 더 자세하다
태종은 세종을 세자로 책봉한 뒤 두달밖에 안되어 곧바로 왕위를 양위하고 자신은 상왕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군사권을 손에 쥔 채 4년 넘게 정치를 도맡아 하는데 그 동안 세종은 무늬만 왕이었지 실제로는 제왕학과 왕으로써 갖추어야 할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는 도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약간의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장면이 나오는데, 세종의 장인인 심온이 태종의 미움을 사서 결국 옥에서 죽게 된다. 심온을 죽게 만든 것이 위에서도 언급한 태종에게 택현론을 주장하여 세종을 왕위에 오르게 만든 충녕파였던 당시 우의정 유정현이다. (다른 사람도 많지만) 그러한 유정현을 세종은 나중에 중용한다. 세종의 독특한 인재 등용법인데 이는 이 책의 말미에 갈 수록 계속하여 등장하게 되고 세종이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점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종무가 대마도를 정벌한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테고, 세종 즉위 기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그 또한 태종의 지휘 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볼 때 세종이 즉위하고 상왕인 태종이 죽기 전까지 세종은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는 것을 여러 부분에서 알 수 있게 해준다.






4,5,6장에서는 우리가 알다시피 세종대왕의 온갖 업적들에 대하여 기록해 놓고 있다.
다만 우리가 알던것과 살짝 다르다 싶은 것은 5장의 천민들의 처벌 내용에 관해서인데, 마냥 선하고 공정하고 똑똑한 인물로만 여겨졌던 세종이라는 인물도 결국 시대의 틀을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사대부들이 강간, 불륜, 음탕하고 은밀한 범죄들을 저지른 경우 곤장형이나 추방형 등으로 끝내는 반면 천민들의 도둑질 세 번의 경우에는 가차없이 사형에 처하는 약간은 이중적인 생사결정권의 사용을 보여주는데, 이 당시의 조선 시대의 사상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사람 밑에 사람 있고 사람 위에 사람 있다는 양반 중심의 사고방식, 조광조같은 개혁주의자가 아니었던 세종의 경우에는 어쩌면 선비나 사대부들에게 편애적인 정책을 폈던 것은 당연할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세종대왕이 성군이었다고 일컫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글을 배운 사대부들이지 천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뒤에도 설명하겠지만 4장부터 6장까지 잠깐잠깐 언급되는 세종에 대한 언급은 7장에서 구체적으로 정리된다. 7장까지 읽은 뒤 다시 이 부분들을 읽으며 7장에서 다루어진 세종의 여러 모습들에 대해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볼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처음 읽을때 4장부터 6장의 온갖 내용들은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기대했던, 나오길 바랬던,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바로 이 7장에 비교적 짧막하니 나온다.
조선의 마에스트로 대왕 세종의 리더십과 용인술에 대해, 세종의 집념과 일생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정리하는 장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 읽었을 때는 이렇게 마무리쯤에 짧막하게 이 책의 주제를 서술해 놓은 것이 왠지 급하게 마무리지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을 읽다보니, 앞의 1~6장에서 어찌 보면 제목의 주제와 거리가 먼 세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사건이나 인물들을 계속해서 들먹이며 주제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던 이유가 이 맨 마지막장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세종이라는 인물은 이해하자고 마음먹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이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여러 가지 판결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등용, 이해가 가지 않는 여러 사건에 대한 대처 등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인물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얼핏 세종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듯 하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의 이미지를 살짝 깎아내린다. 물론, 세종대왕을 폄하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워낙에 우리 머릿속에서 세종대왕이란 인물이 성군의 이미지를 넘어 신격화 되어버리는 와중에 세종대왕에 대해 할아버지대에서 부터 형제관계, 인척관계, 다양한 신하들의 등용과 활용, 그리고 세종 사후 그들의 모습까지. 어떻게 보면 세종대왕은 운이 좋은데다가 노력까지 겹쳐진 시대를 잘 타고는 노력하는 천재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은 결코 만능이 아니었다. 왕위에 오른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고, 왕비과의 관계도 그렇게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세종대왕대의 업적에 있어서는 집현전의 석학들이나 박연, 장영실 등의 두루 방면의 하늘이 내린 인재들의 도움이 매우 컸고, 왕위에 올라 있던 동안의 반역이나 전쟁 등 갑자기 일어나버리는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다. 사채업자이자 고리대금업자이고 장인을 죽게 만드는데 한 손을 거든 유정현이나  자신의 여종을 고문하여 길거리에 내다 버리려 한 권채, 아내를 계속하여 바꾼 변계량 등을 중용하였다.





세종은 깊이 파고들수록 정체를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온화한 듯 하면서도 강경하고, 강경한 듯 하면서 온화하다. 그러면서도 대신들이 놀랄 정도로 집요하고 일관되게 정책을 밀고 나갔다. 아울러 자신이 중용한 인물들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임무를 맡긴 뒤에는 내팽개쳐두지 않고 끝까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다.
 - 본문 중에서






세종대왕은 매력적이면서도 알기 힘든 인물이다. 대부분의 위인전들에서는 세종대왕의 알기 쉬운 업적들을 인용하여 찬사하는 내용을 담은 메세지를 보내지만, 의외로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오른 후까지, 죽기 전까지 고뇌하며 살았던 슬픈 왕이 또한 세종대왕이 아닐까 한다.

말년에 세종이 건강이 좋지 않아지고 눈이 나빠진데다 기력마저 쇠하여 세자로 하여금 서무를 대신 처리하게 하려고 몇번이고 시도하는데, 대신들의 반대로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하는 수 없이 계속 서무를 보는 일이 있다. 사실, 왕으로써 하려고 한다면야 건강이 좋건 좋지 않건 자신의 아버지인 태종처럼 왕위를 양위 할 수도 있고, 서무를 억지로 떠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세종은 대신들을 원망하면서도, 눈병과 갖은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말년까지 많은 업적을 남긴다.
그리고, 말년에 왕비가 죽고 그를 위해 불경을 이룩할 것을 지시하자 유교적 관념을 가진 학자와 대신들이 또한 크게 반발한다. 그에 세종은 참지 못하고 신하들에게 '너희들은 현명하고 나는 무식하다' 라고 크게 반발한다. 결국 왕비를 위하여 절을 짓고 내불당을 짓자 학자들은 집현전을 떠나간다. 황희의 설득으로 집현전 학사들이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병마와 싸우면서도 학문을 위해, 나라를 위해 여러 모로 힘써왔던 세종의 속마음은 오죽했을까.










이 책은 세종대왕에 대한 일대기를 알기 쉽게 재미있게 엮어 놓은 소설책이 결코 아니다. 제목에서 느끼는 이미지와 달리 (드라마의 이미지가 큰 것도 있겠지만) 이 책은 세종대왕에 대해 다각도에서 분석한 논문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소설화 되어 있는 부분은 1장의 왕자들의 난과 마지막의 에필로그에서 나오는 세종의 죽음에 대한 상황 정도일것이다.

조선왕조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과 세종대왕에 대해 더욱 깊이있는 고찰을 하는 것, 이 책은 후자를 택한 것 같다. 물론 쉽게 다가가려고 애를 쓴 흔적은 보이지만 자칫하면 읽으면서 꽤나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책과 드라마 <대왕세종>의 관계는 알 수 없지만 드라마의 이미지로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하다. 하지만 세종대왕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추천해 볼만 한 책이다.


제목에서 말했다시피 가벼워 보이지만 가볍지 않은 책. 이 책을 읽고 난 뒤 최종적인 느낌이다.
렛츠리뷰

by 종화 | 2008/03/24 20:14 | 즐거운 취미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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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EBC (Egloos Broa.. at 2008/03/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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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컴펄 at 2008/03/24 22:44
전 드라마 봤는데 재미있더라구요~
드라마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는가보군요;;
Commented by 종화 at 2008/03/28 23:17
컴펄님// 전 드라마는 보지 못해서인지 책 자체는 꽤 어려우면서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Commented by 예영 at 2008/07/09 23:19
최근 드라마 덕분에 어릴 때 들었던 미화된 이미지만의 세종대왕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역사서로서 사실에 충실한 책이군요. 관심 가져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me at 2009/05/05 11:44
사진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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