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커리 인도여행기] 74일차 (2), 아시아 최고 카림 호텔에서 폭식



빠하르간즈 무한도전의 흔적과 함께 오전과 점심 시간을 멍하니 보내고 나서,
해가 질 무렵, 델리 최고의 맛집이라는 카림 식당에 가기로 합니다.

카림 식당은 인도를 돌아다니다 추천받아 간 집인데,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대단하더군요.
100년 전통이다. 델리를 넘어 인도, 아니 아시아 최고 식당으로 꼽혔다.
타임즈, BBC,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계속 소개된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이드북 맛집 코너 맨 앞에도 소개되어 있더군요
(델리에서는 가이드북을 거의 안 펴 봐서 몰랐음;;;)

사실 너무 유명세를 타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맛집일테니 찾아가봅니다.








빠하르간지 뒷편 도로


카림 식당은 올드 델리 ,자마 마스지드 근처에 있습니다.
붉은 성보다 가까운데요, 오토릭샤 기준 100루피 이하면 갈 거리입니다.
근데 이놈의 릭샤 기사들이 돈독이 올랐는지 150~200루피를 부르더군요.

알고 보니 해가 질 무렵이라, 릭샤왈라들이 배짱영업을 시작하던 것이었습니다.
보통 해가 지는 걸 기준으로 야간 할증요금을 받기 때문에
해질 무렵에는 운행을 잘 안 하려 들거든요.

그 와중에 100루피에 가겠다는 릭샤왈라를 만나 빠하르간즈 뒷편까지 가고 있는데
이새끼가(욕해도 됨) 수작을 겁니다.

"헤이, 50루피에 해줄게."
"(꿍꿍이가 있구만) 알았어 그러니까 빨리 가"
"근데, 싸게 해주는 대신 내가 소개해주는 샵 한 군데만 들르자"
"싫어. 빨리 자마 마스지드로 가"
"물건 안 사도 돼. 그냥 잠깐 들르면..."
"닥쳐. 빨리 안 가?"


제 덩치로 인상 팍 쓰면서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기꾼들은 꼬리를 내립니다.
이새끼 역시 꼬리를 내리더니, 갑자기 티나게 릭샤 시동을 끕니다.
뭐하냐고 했더니 방금 전까지 멀쩡하던 릭샤가 고장났다면서 운행 못한다 합니다.
그러더니 내려서 릭샤를 끌고 도망가네요 ㅋㅋㅋ


결국 거기서 다시 새로운 릭샤를 잡고 갔습니다.
이 근처 릭샤들은 정말 외국인을 봉으로 아는지, 넉넉잡아 70~80이면 갈 거리를 250까지 부르네요.
몇 놈과 실갱이하다가 지쳐서 그냥 100 주고 고고싱







미터기는 폼


델리를 포함해서 몇몇 지역의 오토릭샤들에는 이런 미터기가 달려있습니다만
이거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애초에 미터기를 켜는 기사도 거의 없거니와,
만약 미터기를 켠다 해도 미터기 자체를 조작해서 요금이 과다 청구되게 해 놓는 경우도...

그냥 처음부터 확실히 흥정하고 가는게 편해요.







자마 마스지드


델리 최대 이슬람 사원이라는 자마 마스지드.
저는 여기 관람할 생각은 없고, 이 앞에 있는 카림식당이 목적지임






1번 게이트 건너편을 보면......


꽤나 번잡한 상점가가 펼쳐집니다


카림 식당은 자마 마스지드 1번 게이트 건너편 시장골목 내에 있습니다.
참고로 이 곳은 치안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올드 델리 지역이라
소매치기나 절도, 사기를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걸인도 많은데, 한 명에게 뭔가를 주면 계속 따라붙으니 주의하세요






40~50미터쯤 걸어가면


조그마한 간판이 똭!

여기로 들어가야 함ㅋㅋㅋ


100년 넘게 영업하고 있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카림식당은 메인 시장도로가 아닌 조그마한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 간판이 보이면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아무리 봐도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이지만 믿고 들어가세요 ㅋㅋㅋ









도착!!!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나름 넓은(?) 홀 같은 곳이 펼쳐지고,
주변 전체가 카림 호텔이라는 간판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유명 맛집거리들처럼 서로 원조 경쟁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한 건물에서 시작한 가게가 장사가 잘 돼서 건물을 확장한 것이니 아무 데나 들어가도 됩니다 ㅋ
어차피 중앙에서 음식 만들어서 사방의 식당으로 서빙되거든요.


참고로 호텔이라고 해서 숙박업소인건 아님!!!
인도(특히 북인도쪽)에서는 왠지 몰라도 호텔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굉장히 많더군요.







식당 내부


종업원들은 모두 이슬람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가게 이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이슬람쪽 요리인 것 같아요.
정확히는 무굴 요리라는데, 탄두리에 구운 다양한 고기요리들이 유명합니다







나 유명함


우리나라로치면 생생정보통, 6시내고향, VJ특공대에 나온 맛집! 하는 식의 광고들이군요 ㅋㅋ
뭐, 그에 비하면 소개하는 매체가 훨씬 고급지지만....








탄두리 메뉴들


탄두리 오븐에 구워낸 고기요리들입니다.
맨 위의 탄두리 Raan의 경우 양 다리 하나를 통째로 구워낸다고 하고요,
그 아래 24시간 전에 주문해야 하는 탄두리 바르카는...... 무려 양 통구이!
식탁 하나가 가득 찬다고 하니 놀랍죠.....






구글에서 퍼온 카림식당 탄두리 바르카


생각보다 크기가 그리 크진 않은걸로 봐서 새끼양 같은데,
통닭을 굽듯 안에 밥을 넣어놓은게 솔직히 조금 무섭네요


역시 닭 말고 다른 동물들은 통째로 굽는것보단 잘라 구워야......








다양한 메뉴들


탄두리 말고도 롤이나 밥, 커리, 스프 등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저도 밥과 커리, 그리고 뭔가 유명하다는 빵도 함께 시켜봅니다.







식사 중인 사람들


사실 카림 호텔은 한국 기준으로도 막 싼 곳은 아닙니다.
명성에 비하면 그리 비싸진 않지만, 1인 예산으로 400루피 정도는 잡아야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여기 오는 사람들도 조금은 고급져 보이네요.
외국인 관광객 비율도 높고.....







양파


고기요리를 먹기 전에는 양파+무가 나옵니다.
느끼함을 씻어버리라는 용도겠죠?
불현듯, 인도에 한국식 치킨무를 전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튼 부라


머튼 부라ㄹ..... 아, 오타가 났네요.
머튼 부라(Mutton Burra), 탄두리에 구워낸 담백한 양고기 구이입니다.
사이즈는 하프, 가격은 230루피.







소스


찍어먹으라고 나온 소스 같은데, 치약맛남







한번 맛을 보......

순삭


저...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다 먹었습니다....

분명히 뭔가 양념을 해서 구운 것 같은데,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요
고온 탄두리에 구워내서 표면이 살짝 바삭거리는데
안쪽은 양고기 특유의 부드러운 살결이 살아 있고...

대체 부라리라는... 아니, 부라라는 요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맛은 그냥 맛있다고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인도에서 먹은 고기 요리 중 최고봉을 꼽자면 바로 이거에요.








양고기 커리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던 양고기 커리.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약간 느끼하고 맵고 고기가 듬뿍 들어있었다 정도......
솔직히 안 시켜도 될 뻔 했어요.







베지 풀라오


풀라오(Pulao), 흔히 말하는 필라프인데요,
인도 식당에 가면 일반 밥과 비리야니 사이에 있는 음식이었는데, 한번 시켜봤습니다.

비리야니와 풀라오 둘 다 인도식 볶음밥 느낌이지만,
풀라오는 말 그대로 필라프처럼 재료를 듬뿍 넣고 한번에 쪄내는 반면
비리야니는 향신료를 넣고 만든 밥과 마살라 및 건더기를 따로따로 조리해 섞어낸다는 점이 차이라고.
뭐,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요즘은 그 구분이 차츰 옅어진다고 하는데,
여기 풀라오도 아무리 봐도 따로 튀겨낸 치즈가 들어 있더군요.







빵......


사실 여기 무슨 빵이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그걸 주문하려 했는데
막상 메뉴판을 보니 제가 들은 빵 이름이 없더군요.
그래서 대충 비슷해 보이는걸 하나(70루피) 시켰더니 꽤 두꺼운 무언가가 나왔습니다.
안은 살짝 달달하고 견과류 맛이 나는 게, 커리와 같이 먹는 용도는 아닌 듯.
뭐,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맛있었으니 괜찮네요






플레인 소다


플레인 소다라고 하면 보통 콜라나 환타 등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고맙게도 여긴 탄산수가 나오더군요.
느끼할 땐 탄산수가 최고죠!







대충 다 먹음


그렇게 한상 거하게 차려먹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 양이면 2인분인데, 혼자 다 먹었네요;;;

그런데, 이렇게 배불리 먹고도 처음 나온 머튼 부라...의 맛이 잊혀지지 않아
결국 추가 주문을 합니다!!!







치킨 부라


이번에는 치킨 부라를 시켜 보았습니다
머튼 부라와 비슷하게 담백한 양념으로 구워낸 고기인데,
아쉽게도 맛은 머튼 부라에 비해 훨씬 떨어지네요.

다시 가면 머튼 부라만 풀사이즈로 시켜 먹을테다!!!!







무려 1037루피


이렇게 잔뜩 시켜먹고 나오니, 택스까지 포함해서 총 가격이 무려 1037루피가 나왔습니다.
인도에서 한끼 식사로 지출한 돈 중에서 최고가에요
여행 말미의 사치 모드였기에 망정이지, 보통 때였으면 하루 경비 수준.

하지만 제가 언제 여길 또 와보겠어요.
위장의 한계 때문에 더 못먹은게 아쉬울 뿐!






카림 식당을 나와

시장 골목으로


카림 식당을 나와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시장 골목으로 나옵니다.







식당 앞

무료 배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아마도 이 식당에서 무료 배식을 하는 모양인지,
가난해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앉아있더군요.






맛있어 보이는 치킨집


뭐,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음식점 자체는 꽤나 맛있어 보입니다.
치킨도 막 튀기고... 치킨도... 치킨....
카림 레스토랑에서 워낙 배불리 먹고 온 터라 이때는 사진만 찍었는데
지금 보니 왜 저리 맛나 보이죠???







릭샤를 타고 호텔로 이동

도중에 만난 엄청 고급 건물


바로 아까 전까지 제 옷을 잡아 끄는 걸인들을 보고 왔는데
릭샤를 타고 5분쯤 가니 우리나라 호텔보다 좋아 보이는 호텔인지 맨션인지가 똭......

차라리 모두가 가난하면 그 안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찾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가난하지만 행복하겠습니까;;;
가끔 인도여행기 보다 보면 '그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같은 얘기들 많이 보이는데
과연 나는 하루 먹을 밥 걱정하고 있는 처지에
외제차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런 건물 옆을 쓩쓩 지나다니면 그런 생각 들런지 묻고 싶은 심정







피자 먹고 있는 외국인


호텔로 돌아오니, 2층 정원에서 어떤 외국인들이 피자를 먹고 있습니다.
남녀 두 명인데 2판이라니.
1인 1피자. 역시 외국인!!!

(근데 여기선 나도 외국인)
(혼자 1000루피 식사하고 온 외국인)
(양고기 한 접시, 치킨 한 접시, 커리 한 접시, 풀라오 한 접시, 빵 한 개, 음료까지 먹음)






방으로 돌아와서 누움


그렇게 방에 돌아와서 씻고 누웠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까 피자를 먹던 외국인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피자가.......






그래서 1층 카페에 가서

두둥

치킨 깔쪼~네


그렇게 쳐먹고 와놓고, 왠지 피자가 먹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밤 9시반에 카페로 내려가 엄청 커다란 깔쪼네를 시켜 먹었습니다.

저, 전직 폭식대마왕이라니까요






그렇게 델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갑니다


어느덧, 오늘이 델리에서. 아니, 인도에서의 마지막 밤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일 자정 넘어 출국하니까 마지막까진 아닌데
어쨌든 내일은 떠나는 날이니까....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 스케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무한도전 인도편을 다시 한 번 보며 어제~오늘 간 명소들을 복기합니다 ㅋㅋ

그리고 기나긴 인도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갑니다.

by 종화 | 2015/11/05 16:56 | 하드코어 인도여행기 | 트랙백 | 핑백(5)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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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iekie at 2015/11/05 17:32
자세한 여행기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종화 at 2015/11/06 02:19
너무 길어서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Commented by 하루이야기 at 2015/11/10 16:48
엄청난 먹방이네요!! 잘보았어요~
제일 맛있게 먹었다는 머튼부라가 젤 먹어보고 싶군요~
양 다리도 먹어보고 싶긴한대.. ㅎㅎ
Commented by 종화 at 2015/11/10 20:58
서너명이 우르르 몰려갔어야 했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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