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안다만] 40일차, ABC 트레킹 둘째 날... 죽음의 오르막길

아침 7시 반쯤. 알람소리에 맞춰 눈을 뜹니다.
저는 어제 너무 힘들었기에 오늘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 돼서 일찍 일어난건데
애들은 저보다 여유로웠는지, 저보다 훨씬 늦게 일어나서 느릿느릿 짐을 챙기더군요ㅋㅋㅋ






풍경


밖으로 나와 보니 란드룩 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어제는 안개가 껴서 차마 못 봤던 풍경이네요.







설산

꽤나 웅장함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인지 계곡 사이로 설산이 보입니다.
웅장한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도 잠시. 세 가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첫 번째는 저기 굽이굽이 있는 산들을 죄다 넘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두 번째는 설산이 생각보다 너무 멀리 있다는 불안감.
세 번째는 날씨가 맑아서 트레킹 하는 데 자외선이 따가울거라는 불안감입니다.

산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게 무슨 걱정이냐. 맑은 날씨에 풍경 감상하며 오래 걸을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산과 오르막길, 계단 등을 끔찍히 싫어하는 운동부족 상위권 1%를 달리는 저에겐
저것만 봐도 곧 닥칠 지옥이 연상되네요 ㅋㅋㅋ








오트밀

볶음밥


꾸물꾸물대는 애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왠지 입맛이 없어 오트밀만 먹었는데, 그 결과 점심때쯤 돼서 배고파 혼났네요-_-;;;

저 때문에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져 점심도 안 먹고 강행군을 펼쳤기 때문이었지만......
아무튼 산에서의 식사는 무조건 든든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설산


아마도 저기 밑에까지 가면 저희의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가 나오겠죠?
저 위로 올라가는건 전문 산악인들이나 하는 거고, 눈이나 밟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출발


그렇게 7시반에 기상해서 숙소에서 출발한 시간은 9시 반.
오늘 하루종일 걸어가면 촘롱, 혹은 그 너머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다리 건너기


계곡을 굽이굽이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다리를 상당히 많이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섭지만, 나중에는 익숙해져요







조그마한 폭포


길을 걷다 보면 이처럼 이름 없는 자연경관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름 없는 폭포가 흐르고 있는데, 우기가 되면 꽤나 커질 것 같아요








와 경치 좋다


그냥 걷다 보면 10분에 한 번씩은 비경이 나옵니다.
이 재미에 트레킹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1%쯤 듭니다.
99%는 힘들다는 생각 뿐!!!

물을 좀 많이 마셨더니 땀은 비처럼 흐르고,
내리막길인데도 불구하고 걷기가 힘들고.....

배낭 무거워!!!
집에 가고 싶어!!!!








계곡


전날 묵었던 란드룩은 조그마한(그래봐야 400미터는 될) 언덕 위였는데,
어찌저찌 걷다 보니 언덕 아래로 내려와 버렸습니다.
내려왔으면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
한숨이 나오는군요-_-;;;

사실 나중에 안 거지만, 굳이 란드룩을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첫 출발지인 시와이에서 란드룩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진하면 첫날 촘롱, 혹은 그 밑 마을까지 가능하다고.
아무래도 우리가 초행길인데다 가이드나 포터 없이 진행하다 보니, 이런 면에서 실수를 하는군요.







도중에 지나간 마을

염소를 잡는다


도중에 지나간 마을입니다만, 염소를 잡았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도살장면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만,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삶의 일부라는 느낌이 듭니다.








마을 풍경


이 마을에도 조그마한 숙소 겸 식당(롯지)이 있더군요.
아직 오전이니 여기서 묵을 일은 없겠지만요.

이처럼 히말라야 등반 초입에는 1~2시간 간격으로 조그마한 마을이 나오니
숙소나 식사 해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절경


마을을 감싸고 있는 높은 절벽.
지금 와서 바라보면 굉장히 멋진 풍경임이 틀림없지만
저때는 '저길 올라가야 하나' 라며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트레킹이 절망투성이얔ㅋㅋㅋㅋㅋ







시냇물

다리

설산과 길


아무리 절망투성이의 길이더라도
걷는 도중의 소소한 풍경을 찍을 정신은 있습니다.

많이 내려와서인지 평탄한 길이 계속됐거든요.








기념사진


낡은 나무다리를 지나갑니다.
아마도 여기가 한식식당 놀이터 사장님이 알려준 좋은 코스인 것 같은데
거머리도 없고, 길도 위험하지 않다고 했던 것 같은......
(제가 직접 지도 보면서 들은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는게 함정)

뭐, 애들이 가자니 이쪽이 맞는거겠죠ㅋㅋㅋㅋ








절벽길


걷다 보면 좁고 한쪽이 절벽인 길들도 꽤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꼭 지팡이를 짚고 조심조심 건너야 해요







빅 계곡 도착


그렇게 점심때가 조금 지난 1시 반쯤. 커다란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물이 차가움


이것이 말로만 듣던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 내려오는 물인가!!!
바라나시 갠지스강은 이 물이 내려오는거라 신성하다고들 하던데......

실제로 세수를 해 보니 굉장히 차가웠습니다.







바라나시 지인들


이 곳에서 30분쯤 쉬고 있는데, 왠지 익숙해 보이는 사람 두 명이 내려왔습니다.
바라나시 레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 때, 같은 숙소에 머물던 수의사님과 그 아내(여친?)분.

저희보다 며칠 먼저 ABC를 정복한 후 이제 내려가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데서 또 지인(이라기 보다는 인사 정도만 하던 사이였지만)을 만나게 된다는 게 참 재밌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하며 촘롱까지 가는 길을 물었는데
내려오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며, 죽음의 길이 시작될거라고 하더군요......
으앙


아, 그리고 올라가다 보면 잘생기고 멋진 청년 하나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다름아닌 신화의 김동완이라고 합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저희보다 3일 정도 먼저 올라가서 지금 한창 ABC에 다다라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히말라야에서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니! 놀라워!








말들


이 곳이 교통의 요지인 듯,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말 떼인데, 차가 다닐 수 없는 산간 마을의 물자운송을 담당합니다.
이외에도 사람이 직접 짐을 지고 옮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어요.
산간마을의 비싼 물가에 대해 불평하면 안 됩니다.








등반 시작!!!


ABC 트레커들 사이에서 유명한, 죽음의 촘롱 오르막길이 시작됐습니다.
뭐, '죽음의' 라는 수식어도 상대적인 듯...
나중에 따로 ABC에 다녀간 찬호는 이게 뭐가 힘드냐고 했지만
저희에겐 죽음을 넘어 지옥 그 자체였어요.

정말 계단을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안 보입니다;;;;;;










한국 쓰레기


대자연을 감상하며 길을 걷다 보면 간혹 버려져 있는 비닐쓰레기들을 볼 수 있는데
어느 몰상식한 한국인이 버리고 간 한국 쓰레기를 발견했습니다.

국내 자연 더럽히는것도 모자라서 히말라야까지 더럽히고 가고 싶을까요?

참고로 저희는 등산 도중 발생한 모든 쓰레기는 잘 모셔다가 숙소에 처리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산간 마을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다 어디다 버릴까 의문도 듭니다.
아마 땅에 묻거나 태우겠죠?
인간은 역시 사는것만으로 죄악이야......









잠시 피해줌


지나가는 도중 말 떼를 만나면 잠시 피해줘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반드시 벽 쪽으로 붙어야 한다는 것!!!!

만약 반대편, 그러니까 절벽 쪽으로 길을 피해줄 경우
말이 툭 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이 점은 우리들 모두 명심하고 있었기에, 절벽쪽으로 딱 붙어서 말떼를 피합니다ㅋ










말 떼를 만난 동영상


도중에 앉아 쉬며 말떼를 만난 동영상입니다.
말들도 힘들어 하더군요....
하긴 얘네도 생물인데








많이 올라옴


1시간 반쯤 올라왔을 때의 풍경.
아직 중간 기착지라는 지누단다도 안 나왔네요.....
으아...







지누단다 도착


2시간 정도를 걸어올라가니 지누단다라는 온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온천이라고 해도 여기서 걸어서 30분쯤 더 가야 하지만요.

점심이라도 먹고 가고 싶었는데 이미 시간이 3시가 거의 다 된 시각.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간 촘롱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초죽음이 된 몸을 이끌고 다시 계단을 오릅니다.








계속 올라감


그렇게 올라가길 반복합니다.
계단... 계단... 계단만 보여요.

참고로 이 때의 진형은 승규와 동준이를 먼저 보내고, 저 혼자 마이페이스 대로 뒤쫒아갔습니다.
아무래도 동준이가 뒤에서 재촉하는 것보다는, 제 페이스 대로 올라가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결국 앞에 갔던 동준이와 승규는 조금 올라가다 저 기다리고, 올라가다 기다리고를 반복해야 했던....
제 체력 때문에 얘들까지 늦게 가는게 좀 많이 미안해지더군요.








스틱 부러짐


하나 남았던 등산스틱이었는데
잠시 쉬면서 배낭을 살짝 걸터놓았더니 그대로 부러져 버렸습니다ㅠㅠ

다행히 끝부분에서 부러진 터라 약간의 지팡이 노릇은 할 수 있었지만
이대로 어떻게 ABC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ㅠㅠ
이래서 중국산 싸구려 스틱은 안 돼.....
파이어&아이스 소드는 무슨......







말 타고 가는 아저씨


중간에 만난 말 타고 올라가는 아저씨.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습니다.







올라가는 중


계단을 올라가고 있으면, 트레커보다는 현지인들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그 대부분은 슬리퍼 같은 신발을 신고 무거운 짐을 메고 다니는 포터들인데요
저렇게 짐을 옮기고 받는 돈은 아마도 푼돈이겠죠.

산에서 태어나 산밖에 모르고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의 고된 삶과 비교하면
지금의 제 어깨를 누르는 배낭 무게와 아픈 다리는 아무것도 아니........진 않더군요.

저들이 힘들건 말건 전 죽을 것 같을 뿐이고!!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좌절할 뿐이고!!









올라옴


그렇게 3시간쯤 더 올라왔습니다.
이쯤 되면 힘들어서 사진도 안 찍게 되더군요.
대략 15~20초쯤 올라오고 30초씩 쉬기를 반복하며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상황......




초.... 촘롱......


그렇게 저녁 5시가 다 되어갈 무렵, 드디어 뭔가 마을 비슷한게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촘롱입니다.









꽤 큰 마을임


언덕 위에 조성된 촘롱은 생각보다 매우 큰 마을입니다.
한라산보다도 높은 2170미터 높이에 구성된 마을인데도, 무려 베이커리까지 있을 정도.

산에서는 1000미터 올라올 때마다 온도가 5도인가 6도인가 낮아진다고 하던데
오늘 올라온 높이만 해도 대략 700미터는 되다 보니 꽤나 쌀쌀하더군요.








형 빨리 와요


저보다 앞서 간 애들은 이미 한참 전에 도착해서 절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of 마지막 오르막길이니 힘내서 올라갑니다.
(사실 이때가 가장 죽을 것 같았지만;;;)








촘롱 한국식당


2170미터 높이에 있는 마을에 한국식당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만은......
실제로 촘롱엔 한국식당이 있습니다!!!!
라면, 김치찌개, 백숙 등을 판다고......

얼마나 한국인이 많이 오면 이 오지에도 한국식당이 있어;;;;



참고로 촘롱은 ABC 코스에서 이처럼 문화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점입니다.
이 이후로는 핫샤워도 거의 안 되고, 와이파이 같은 건 꿈도 못 꾼다고.








고추장통


한국에서 이 먼곳까지 왔을 법한 순창 태양초 고추장통이 보여서 찰칵.
주방장이 한국에 머물다 온 사람인줄 알았는데, 물어보니까 등산객들에게 배웠다는군요.

일단 방을 잡고 씻습니다.
1박 200루피의 가격에 핫 샤워와 와이파이까지 무료라는군요.
(전날 묵었던 란드룩에선 뜨거운물 한바가지 100루피, 와이파이 100루피였음)

촘롱은 마을도 크고 문명이 들어와 있는 곳이기에 숙소 간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거지
여길 지나가면 이런 서비스는 꿈도 못 꾼다고 합니다.

참고로 와이파이 속도는 한국과 음성통화도 끊기지 않고 될 만큼 좋았습니다.
가족들과 전화를 했는데, 이사준비를 한다고 바쁘다며 30초만에 끊어서 시무룩......
다행히 여친님께서 기쁘게 전화를 받아주셔서 덜시무룩......ㅋㅋ







식당 입장


대형 산악회가 와도 수용할 수 있을만한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무슨 전망대처럼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아담한 식당~♡








지침


저만 힘든 줄 알았는데, 얘들도 똑같이 힘들어합니다.
그나마 저보다 나은 점은, 얘들은 다리는 안 풀렸다는 것?

저는 안 쓰던 근육을 써서인지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려서 ㅠㅠ








김치볶음밥

달밧


저녁 메뉴는 김치볶음밥과 무한리필 달밧입니다.
가격은 각각 400~500 네팔루피 사이였던 듯.
높은 산 치고 물가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니죠?

배가 무지 고팠기에 무한리필이 되는 달밧을 시켰는데, 리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양이 많더군요.
왼쪽 아래는 시금치 볶음 같은 채소, 왼쪽 중앙은 총각김치맛이 나는 네팔식 김치입니다.
네팔식 김치가 맛있어서 몇 번이나 리필.

이 날 숙소 손님이 저희밖에 없어서 주방장님의 갖은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패딩 장착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저녁이 되니 굉장히 쌀쌀합니다.
더 높은 고도를 대비해 바리바리 싸들고 온 임대 패딩을 장착해 봅니다.








나방들


밤이 되자 불빛을 찾아온 나방이 창문에 다닥다닥......
다행히 바깥과 차단이 확실히 되어 있고 빈틈이 거의 없어 안에 들어온 나방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촘롱의 밤이 깊고.....


그렇게 지옥의 오르막길과 함께 한 트레킹 2일차가 저뭅니다.
오늘 코스가 전체 일정 중 가장 힘든 코스라고는 하는데,
문제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려서
내일 일정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는 것.

일단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 라는 마음으로 잠을 청해봅니다.
촘롱의 밤은 춥더군요. 침낭 없었으면 어쩔 뻔.

by 종화 | 2016/12/27 22:49 | 하드코어 인도여행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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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쭈꾸미 at 2016/12/28 03:29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다음편이 기다려지는 절망적ㅋ여행기는 처음봐요ㅋㅋㅋ보는 제가 다 힘들고 다리풀림ㅠ
다음편에 잘생긴 청년도 나오는지 궁금하네요...ㅎㅎ
Commented by 종화 at 2016/12/28 09:20
잘생긴 청년 김동완은.....ㅠㅠ 일단 쭉 보시죠ㅋㅋㅋㅋㅋ
Commented by DreamDareDo at 2016/12/28 23:51
아하... 힘들었겠지만 너무 재밌었을 거 같아요. 꼭 한번 하고 싶네요
Commented by 종화 at 2016/12/29 00:34
전 다시 하라면 죽어도 못 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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