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안다만] 41일차, 다리 완전 풀림! 하산 결정

화창한 아침!!!


어제 너무 피곤했는지, 한 번도 깨지 않고 8시까지 자버렸습니다.
애들이 깨우는 소리에 겨우 일어났는데, 몸 상태는 최악이네요.
배낭을 멨던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시지만
가장 큰 문제는 풀려버린 다리에 힘이 아직 안 돌아온다는 것.

걷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좀 있다 실감하게 됩니다.
날씨는 참 좋네요......









아침밥

김치볶음밥

라면밥


아침식사는 김치볶음밥과 라면밥으로 해결.
일단 어제의 교훈도 있고 해서 입맛은 없어도 꾸역꾸역 먹어뒀습니다.








숙소 풍경


해발 2100미터에 조성된 마을 촘롱.
마음같아서는 여기서 며칠쯤 머무르며 천천히 쉬어가고 싶은 심정.
만약 저 혼자 왔으면 다리좀 나을 때까지 2~3일정도 놀고 가고 싶을 정도!!

하지만 산 물가도 비싸고ㅠㅠ
벌레도 많고ㅠㅠ








묵었던 방


밥을 먹고나서 짐을 챙깁니다.
밤새 침낭속에서 푹 잤던 방을 찰칵.







숙박+밥값


어제와 오늘 먹은 밥값과 숙박비 등입니다.
계산해 보니 한사람당 1260~1340루피씩 드는군요.
하루 두 끼를 먹는 것 치고는 꽤 비쌉니다만, 숙박비가 싸니 의외로 돈이 많이 들진 않아요.
대략 넉넉히 하루 1500루피면 여행 가능할 수준?








길 확인


오늘은 2800미터 지점에 있는 히말라야 롯지까지 갈 예정입니다.
지도를 보니 거쳐야 할 마을만 5개네요;;;;
일단은 6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쓰여 있지만, 제 걸음으로는 그 두 배는 걸릴텐데;;;;;;








아줌마


길을 떠나기 전에 1리터 60루피짜리 물을 보충합니다.
산자락 마을에서는 생수 대신 정수된 물을 1리터 60루피에 파는데요,
간혹 이 물을 먹고 물갈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다행히 저흰 모두 괜찮았어요

참고로 여기 주인 아줌마의 말이 재밌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빨리 떠나는데, 너희는 반대네?"









출발


시작은 오르막길입니다.
다리가 풀리긴 했지만, 오르막길은 나름 괜찮게 올라가지더군요.







문제는 내리막


문제는 내리막길입니다.
다리가 풀려 있어서 내리막을 내려갈 때 중심을 잡기 힘들더군요.

다리 풀려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들다는 거......
시작부터 이러면 안되는데-_-








말 똥


사람도 말도 함께 다니는 길이다보니, 이렇게 말 똥이 곳곳에 널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밟았다간 기분 더러워지니 꼭 피해 갈 것.....








내리막 시작


10분쯤 걸어올라오니 본격적인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참고로 아직 촘롱 마을 안입니다.
마을이 꽤나 크더군요. 집만 100호는 될 듯?








빵집


이 깊은 산속에서 영업 중인 빵집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뭔가 메뉴는 별로 없었습니다만(원래 없는 걸지도)
빵집까지 있는 큰 마을이 이런 차도 안 다니는 고지에 있다니....








입산 포인트


무려 2천 루피씩이나 주고 받은 팀스와 퍼밋을 검사하는 오피스.
여기까지 와서 검사하는걸 보면, 촘롱까지는 이 입산허가증이 없이도 드나들 수 있단 거겠죠?








엄청난 내리막길


입산허가를 받은 후로 엄청난 돌계단 내리막길이 펼쳐집니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무시무시한 경사로네요.

이때쯤, 풀린 다리에 한계가 왔습니다.
안 그래도 계단 한 칸 내려갈때마다 다리가 거의 90도에 가깝게 꺾이며
한걸음 한걸음이 위태로워져서 짧아진 지팡이에 의지하고 걸었는데,

어느 순간 아래로 내디딘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니
그대로.....







데굴~~


풀린 다리가 제 통제에서 벗어난 탓에, 돌계단에서 넘어져 버렸습니다
다행히 앞으로 데굴데굴 구르거나 하진 않았지만, 엉덩방아를 찧었네요.

다행히 다친 건 손바닥 조금과 팔꿈치 좀 까지고 바지가랑이 정도 찢어진 데에서 그쳤지만
만약 앞으로 굴렀거나 계단 옆 어딘가로 떨어졌다면.....??
오는 길에 흔히 봤던 절벽길에서 이렇게 넘어졌다면......??
아찔한 생각이 들며 심장이 벌렁벌렁 뛰더군요.








쉼터


넘어진 후유증(?)으로 인해 바로 아래에 있는 쉼터 같은 데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 걷겠더라고요.
다리가 풀리다 못 해 거의 마취 상태인지라
뭔가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짐들


아까 넘어지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넘어진 곳은 마을 어귀니까 그나마 안전했는데
앞으로 펼쳐질 절벽 옆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그대로 실족사할지도 모른다.
다리 역시 어제 하루 자고 일어났는데도 이 정도면
더 걸어도 악화되면 악화됐지 낫진 않을 거다....








하산 결정


결국 의지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저는 여기서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사실 여기서 돌아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길이 될 것 같지만,
더 갈 경우 정말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될 것 같더군요








길을 떠나는 동생들


그렇게 저는 되돌아가기로 하고, 동준이와 승규는 마저 길을 떠납니다.
목표로 했던 ABC는 결국 못 밟아보게 되는 거지만,
아무래도 사람 먼저 살고 봐야죠.

아무래도 동네 뒷동산도 안 올라가보던 저에게
배낭을 짊어지고 4~5000미터짜리 산에 올라가는 건 체력적으로 무리였나 봅니다.








다시 올라가야 함


애들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
아까 내려왔던 내리막길을 다시 올라가서 촘롱으로 가야 합니다.

그나마 오르막길은 다리에 덜 무리가 가므로 꾸역꾸역 기어올라가 보겠습니다.








설산


아마도 이 풍경이 제 인생에서 히말라야 설산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다시는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하지 않을 듯......








아기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산행길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트래킹 코스가 되었을 돌계단에서
또 누군가는 인생에 다시 못 올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군요.
......는 개소리고

본심은 "아기 귀여워!"



 



숙소 복귀


30분 걸려 내려간 길을 1시간 30분동안 천천히 올라왔더니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 약 12시쯤 되돌아왔습니다.

힘들어서 중도 하산한다고 하니 자기 일처럼 아쉬워해주던 주방장.
고마워요. 음식 맛있었어요.







조손녀


내려가던 중,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손녀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녀 모습이 귀여워서 찰칵.

아무래도 이 마을에 며칠쯤 머무르고 싶기도 한데
지금은 포카라에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ㅠㅠ








내려가는 길

계곡 도착


어제 죽음의 코스였던 오르막길.
내려오는 데도 그만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거의 3시간쯤 걸어내려온 듯 하네요.
다리가 풀려 있다 보니,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도 힘들고
조금 걸으면 쉬어줘야 하는 등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스테미너 문제로 쉬어가며 걸었다면, 내려갈 땐 근지구력 문제랄까요?

게다가 이제는 넘어져도 일으켜 줄 동료도 없고......
어쩌겠어요 혼자 가야지







하늘이 꾸물꾸물

비가 옵니다


도중에 만난 70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 두 분+포터+가이드 그룹의 속도에 맞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다리까지 아픈데 비까지 오면 난 어떡하라고!!!!







비 피하는 중


도중에 비가 너무 많이 오길래 나무그늘 안에서 비를 피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늘 하행길은 끝날 것 같네요.






뉴브릿지 마을


다행히 비를 피한 곳에서 10여분 거리에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뉴 브릿지 근처라고 해서 롯지 이름도 뉴 브릿지.







숙소 잡음


이 곳은 사실 ABC 트레킹 종점인 시와이(처음 출발했던 곳)와 가까워서
묵어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롯지 규모도 방 세 개가 전부더군요.








미국인 커플


아직  4시 조금 넘은 오후시간이었지만,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서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기로 합니다.

시와이에서 포카라 가는 버스 막차가 5시반에 있다는데,
그때까지 도저히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ㅋㅋ
(건강한 사람 기준 걸어서 2시간이라고 함)

마침 저랑 같은 숙소에 묵던 워싱턴에서 왔다는 커플과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기다립니다.








살림살이 방


아마도 주방 겸 살림살이 방인듯 한 1층의 어느 방.
트레커들과 찍은 듯한 각종 사진과 의미불명의 메달들이 잔뜩.








애피타이저


손님이 저희밖에 없어서인지, 애피타이저(?)로 단호박 찜을 줍니다.
원래 단호박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서 먹으니 맛있더군요






계란 볶음밥


오늘의 저녁은 계란 볶음밥입니다.
철저히 파괴된 다리근육에 계란 단백질이라도 좀 보충해 줘야죠....








취침


이른 저녁을 먹은 후에는 딱히 할 것도 없어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 시와이에서 포카라 가는 버스가 9시, 11시, 14시, 17시에 있다는데,
일반인이라면 11시 버스를 타려고 9시에 출발하겠지만
저는 다리도 풀렸고 70대 할머니 걸음이니 그보다 빠른 8시에 나가야 할 듯......



그렇게 트레킹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갑니다.....
그래. 난 3박4일 푼힐 트레킹이나 갔어야 했어......

by 종화 | 2016/12/29 01:07 | 하드코어 인도여행기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jong31.egloos.com/tb/319299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다낭이 at 2016/12/29 12:56
어릴적 오래달리기 한번 했다가 다리 풀린 적이 있었는데, 1주일간 학교 계단내려오는게 고역이었다죠~ 고생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Commented by 종화 at 2016/12/29 19:33
정강이 종아리 장딴지 발바닥...... 안 아픈 데가 없더군요ㅋㅋ
Commented by DreamDareDo at 2016/12/29 23:31
흐헉 ㅜㅜ 쉽지 않은 여정이었네요. 고생하셨어요.
Commented by 종화 at 2016/12/30 09:26
70대 할머니들 속도 따라가는것도 버거웠으니 말이죠ㅠ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